숟가락 수상 소감

영화배우 황정민 씨는 연기력과 더불어 이른바 <숟가락 수상 소감>으로도 유명하다.
황정민 씨는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음에도 거들먹거리지 않았다. 스크린 속에서는 완벽한 연기를 펼친 그였지만, 수상 소감은 투박하기 짝이 없었다.

그는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눈물겨운 고생을 했는지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았다.
대신,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렸다.

그는 수십 명의 스태프가 주인공 한 사람을 위해 밥상을 차려 놓았고 자기는 그저 그 밥상에 숟가락을 얹어서 맛있게 먹었을 뿐이라고 말했다. 그의 <밥상 숟가락 소감문> 덕분에 천편일률적이던 수상 소감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.

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람의 수고를 누군가 알아줄 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.
많은 사람들이 감동한 것도, 바로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. 남들보다 수고했다고 여기저기 셀프 칭찬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. 손발로 고생해 다해 놓고 기껏 입으로 다 까먹는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따름이다.

반대로 자기 공로를 늘 함께한 동료들에게 돌리는 사람들이 있는데, 이런 사람들은 어디 가나 사랑받고 환영받는다.
부디 우리에게 인간의 몸으로 오신 예수님을 본받아 더 겸손히 더 낮은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주님 닮은 마음을 회복할 수 있기를 축복한다.
그리고 새해에는 서로에게 ‘덕분입니다’라는 감사의 말을 자주 외쳤으면 좋겠다.